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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품 명기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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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품 명기천국

성인용품’의 정의는 모호하다.

글로벌 시장에선 자위기구와 BDSM 용품 등을 ‘섹스토이’로 구분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산업이다. 글로벌 통계정보 사이트 스태티스타(statista)는 2019년 기준 글로벌 섹스토이 시장을 286억4000만 달러로 집계했다. 스태티스타는 이 시장이 지속 성장해 2026년에는 52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남·녀 자위기구, 러브 젤, BDSM(결박·구속·사디즘·마조히즘) 용품 등을 취급하는 성인용품 판매점이 음침한 골목길을 넘어 번화가 대로변으로 나오고 있다. 유통 대기업의 매장 한 켠에도 성인용품 코너가 속속 마련된다. 성인용품, 이른바 섹스토이의 산업화 가능성을 전망하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한국 시장은 이제야 막 피어나는 시점으로 평가된다. 아직 시장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된 것이 없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탓에 음지에서만 머무르던 시장이 이제 막 양지에 올라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산업으로 자리 잡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1톤 규모 봉고차의 실내에는 수많은 섹스 용품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남성의 페니스를 사이즈별로 본뜬 콘돔과 자위 기구들, 오색찬란한 딜도, 실리콘으로 여성의 질을 본뜬 남성용 자위 기구, 업소에서나 쓰일 것 같은 요란한 속옷, 링이나 낙타 눈썹 같은 소품들까지 다양한 종류의 섹스 아이템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온라인 쇼핑몰이라면 몰라도, 오프라인 섹스 숍은 나 역시 처음이라 그 광경에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약간은 멍해 있는 나를 보고 있던 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무엇이 필요하냐고 말을 붙였다. 물론 기자라는 신분을 말할 수는 없었으므로 일단 물건이나 좀 보자고 했다. 그가 무언가 짐작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성기 모양을 본뜬 콘돔을 내 손에 건넸다. 이어서 요즘 잘나간다는 딜도(남성의 성기 모양을 본뜬 전동 자위 기구)를 꺼내기 시작했다. “여자들이요, 이것 하나만 있으면 깜빡 죽습니다.”
하지만 이런 따분한 용품들은 인터넷에서도 얼마든지 먼지도 앉지 않은 새 물건을 살 수 있다. 구태여 이런 곳까지 와서 중국산인지, 에티오피아산인지도 모를 물건들을 살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나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고작 이 정도였다니. 다음에 오겠다며 황급히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며칠 뒤, 다른 곳은 어떨지 궁금했던 나는 경기도 인근으로 차를 몰았다. 경기도 구리 근방의 한 지방 국도에서 어렵지 않게 또 하나의 숍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약간 경험도 쌓인지라 이번에는 큰 고민 없이 차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뭔가 다를 거라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며칠 전 갔던 곳과 물건의 종류, 내부 구조가 거의 동일했다. 물건이 동일한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하나의 공급책에게서 모든 물건이 풀리는 듯했다. 약간의 설명을 들은 뒤 나는 설마 이것뿐이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내 얼굴을 살피더니 “약도 필요하다면 건네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약이라고? 대체 무슨 약을 말하는 걸까. 설마 필로폰이라도 말하는 건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한 곳에 와 있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사라졌던 두려움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는 나의 상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조심스럽게 작고 파란 알약을 꺼내 보였다. 비아그라였다.
“나이 든 분들만 비아그라를 찾는다고 생각하면 오해예요. 젊은 분들도 많이 찾으세요. 발기가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죠. 이걸 복용하면 섹스 횟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니까요.”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원하시면 씨알리스도 있어요. 사실 젊은 분들한테는 씨알리스가 더 잘 받는다고 하더라고. 어쨌든 이것들에 다른 하나만 더 추가하면 게임 끝이죠.”
다른 하나라니? 이것 말고도 더 있다고? 그가 타이르듯 말했다. “아 최음제 말이에요. 최음제와 비아그라. 말 그대로 환상의 조합이죠. 효과요? 효과도 없는데 이걸 왜 팔겠어요. 일단 방까지만 데리고 갈 수 있으면, 그때는 뭐 밤새 즐길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이런 곳에서 파는 약을 대체 어떻게 믿고 먹는단 말인가. 의사가 처방한다 해도 그 부작용을 의심할 상황에 대체 이걸 사 먹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여전히 부드러운 음색이었지만, 그의 말투가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말씀도 마세요. 사실 손님들이 제일 많이 찾는 것들이 이런 약들이에요. 기구 같은 것들이야 다른 곳에서도 쉽게 살 수 있으니까요. 저희가 하루 이틀 장사하고 마는 거라면 누가 여기까지 와서 이런 약을 팔겠습니까. 또 정말 이걸 먹고 부작용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우리가 아직까지 장사를 하겠어요. 저만 해도 여기서 장사한 지 2년이 넘었어요. 공휴일만 빼고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나와서 장사를 해요. 이런 장사일수록 손님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신뢰라는 막연한 말로 안전성을 입증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았다. 특히나 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약이라면 더욱.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그가 보여주는 약물의 종류는 다양했다. 비아그라와 씨알리스는 기본이고, 최음제 같은 경우는 작은 병에 든 가루부터 물약까지 있었다. 그 모든 약들은 복용 방법과 효능까지 종류별로 나뉘어 있었다. “비아그라야 알약이니 그냥 넘기면 되지만, 최음제 같은 경우에는 약간 쓴맛이 있어요. 정말 효과를 보시려면 망고 주스같이 진한 음료에 타거나, 술을 좀 마신 다음 미각이 둔화됐을 때 써야 해요. 효과를 본 손님들은 계속 사 가죠. 남자들이 작업용으로 많이 사 가는데, 효과가 약했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몸에 이상 생겼다는 얘기는 못 들었어요.”
장황한 설명에 한동안 집중하다 보니 그제야 그의 화법이 굉장히 세련됐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 약간은 그를 깔봤던 내가 우습게 보일 정도였다.